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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09월22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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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에게 사랑을 이 사회엔 희망을...”
박정규, 사회복무요원, 칠곡군 북읍사무소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자원봉사동아리 <행복한 동행>과 만나다

 “직무교육이라던가, 2주짜리 교육 나왔던데.”“엥! 또 뭔 교육인데요?”

  경북 칠곡군 북삼읍사무소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올해 22살의 피 끓는 청춘 박정규라고 합니다. 저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어느 정도 일에 적응이 될 무렵인 지난 3월 초, 읍사무소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2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전달 받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직무교육’,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라, 도대체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 땅의 자랑스런(?) ‘공익’이 된지 어언 8개월인데 또 무슨 교육을 받으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교육받는 곳도 대구시내, 집에서 멀어 기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계산이 머릿속을 휙 지나가더군요. 순간 답답함이 짜증으로 변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분명 신성한 국방의 의무일진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이놈의 교육이 나에게 꼭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읍사무소에서 2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작년에 훈련소에서 만났었던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더니,  며칠이 지나자 급기야 빨리 가고 싶은 생각에 안달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3월 24일 월요일 아침, 교육통지서에 적힌 대로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 당도했습니다. “뭔가 분위기가 좀 틀린 것 같기는 한데. 내나 소양교육이랑 같겠지 뭐” 건성건성 등록을 마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의실로 들어섰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교육받을 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인지 졸음도 쏟아지고 지루하기도 하고 한 시간 한 시간이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둘 째날 부터인가 점점 교육 내용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 대하는 법과 응급처치법, 나의 성격 알아보기 등 근무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왠지  살면서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잠이 달아나고 수업에 흥미가 생기자 이번에는 수급자선정 방법이나 소득인정액 계산법, 민원응대 방법 등 근무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지나고 나니 이때 배웠던 것들이 교육 후 근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확실히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둘째 주에 대구노인요양원에서의 하루 동안 실습을 겸한 봉사활동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할아버지들을 씻겨 드리고 옷도 갈아입혀 드리고 청소도 도와 드리는 등 평소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봄비 내리는 오후에 만난 ‘희락의 집’ 천사들과의 인연

  “이거는 직무교육과 무관한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함께 봉사활동을 할 분들은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담임선생님께 신청을 해 주세요.”

  2주간의 교육을 모두 마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던 날 실습보고회를 마친 뒤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자원봉사동아리가 있다는 안내에 “오우케이 해보자” 바로 결정을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딱히 이유도 없었습니다. 교육받고, 노인시설에서 실습하고 또 장애체험 수업하며 느꼈던 것들이 선뜻 신청서를 쓰게 한 것 같습니다. 이심전심인지 친했던 동기 녀석 상우, 일호도 신청을 했습니다.

  수료와 함께 읍사무소로 복귀해서 여느 때처럼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업무에서 기초노령연금 등등 직무교육에서 배웠던 것들이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담당공무원들도 종종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교육이 효과가 있기는 있군.” 드디어 대구교육센터의 홍일점 이경진 선생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5월 24일 대곡역 1시, 희락의 집’. 아마도 아이들이 있는 시설이라 직감했습니다. 토요일 오전, 식사도 거른 채 기차로, 버스로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대곡역에 도착했습니다. 봄비가 제법 굵게 내리는 주말, 모두 8명이 모였습니다. 수료생이 네 명에 직원분들 그리고 교육센터 센터장님까지.

  달성군에 있는 아동시설 ‘희락의 집’에 도착했을 때, 첫 방문인데도 아이들은 마치 오랜 형들을 만난 것처럼 달려와 안겼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아무튼 가슴 한 켠에서 알 수 없는 멍우리가 지는 걸 느꼈습니다. ‘인연’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아마 새로운 만남에 대한 암시였을 것입니다.

  4세에서 10세 정도의 아이들이 20여명 정도, 자원봉사 첫 날의 오후 시간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임하고, 퀴즈내고 그러다가 우는 녀석 달래고, 샌드위치 이쁘고 맛있게 만들기 시합도 하고 또 그러다가 땡깡부리는 심술쟁이 녀석과 씨름도 해야 했습니다. 줄서서 아우성치는 녀석들 독촉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막대풍선을 불어 칼을 만들고, 왕관 만들고, 푸들도 만들고... 급하다 보니 푸들이 기린이 되기도 하고 도야지가 되기도 하면 아이들은 까르르르 깡총거렸습니다. 막대풍선 만들기는 힘은 들었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새로운 한 가지를 터득했습니다. 아동시설 봉사활동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저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런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닐는지. 평소 봉사활동을 하고는 싶었지만 막상 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직무교육이 제게 큰 선물을 선사해 주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천사들과 ‘물총싸움’에 추억은 범벅되고
 다람쥐처럼 희망과 사랑을 찾는 오후
 
  그리고 우리 팀 ‘행복한 동행’은 6월에도 어김없이 희락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때는 참가자는 둘이 늘어났고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해 졌습니다. 활동 초기라 주로 프로그램은 대구교육센터 선생님들이 준비했습니다. 물론 자리가 잡히면 우리 수료생들이 머리 맞대고 준비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맛있는(?) 그리고 너무도 재밌는 떡볶이를 말끔히 먹어 치우느라 무지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추장이 많아 매우면 떡을 더 넣고, 야채를 더 넣고 하다 보니 그 양이 점점 불어난 것입니다.  남기면 이경진 선생님이 꿀밤을 준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꾸역꾸역 추억을 삼켰습니다.

  7월과 8월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사실 눈은 안 왔겠지요. 8월의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말이죠. ㅋㅋ) 우리 행복한 동행은 계속되었습니다. 비가 올까 걱정했던 7월 26일, 전날까지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던 하늘은 축복처럼 화창했습니다. 우리들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는 물총. 희락의 집 앞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에서는 사랑스런 아이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인정사정없는 조준 사격으로 전면전이 되고 우리 모두는 한여름 날 오후의 행복한 포로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아이들인지 누가 자원봉사자인지는 표정으로는 도저히 분간이 안가는 그런 오후, 이런 상황을 두고 난장(亂場)이라고 하나 봅니다. 지위도 나이도 잘남도 못남도 없는 어우러지는 난장.

  8월에는 다 함께 다람쥐가 되었습니다. ‘희락의 집’ 주변을 바스락 거리며 도토리를 찾아 나선 다람쥐들. 이날 우리의 천사들은 희망을 찾아 바스락 거리는 다람쥐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바로 ‘보물찾기’를 했거든요. 보물딱지를 찾으려고 모두들 열심이었습니다. 보물로 준비한 것들은 장난감, 학용품 등 금전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정작 우리 천사들에게 찾게 하고픈 것은 희망과 사랑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바스락거리며 찾아드는 길목마다 우리들은 우리 사회는 희망과 사랑을 쉬 찾을 수 있도록 어설프게 감추어 놓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습니다. 다 함께, 더불어, 당연하게 여기면서 말이죠.

  그 사이 동아리에는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났고 우리는 봉사활동이 끝난 토요일 저녁 죽전동 선술집에 모여 앉아 어머니의 손등처럼 두툼하고 넉넉한 파전 하나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내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득 담은 막걸리 사발이 우리들이 함께 나누어야할 넉넉한 나눔의 잔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햇살 가득할 9월의 넷째 토요일을 스케치 해 봅니다.

   이제 저는 ‘공익’이 아니라 ‘사회복무요원’이길 원합니다. 직무교육을 받고 나서 사회복무요원은 4급, 5급 판정을 받아 군대를 갈수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꼭 해야만 하는 아주 소중한 일들을 하는 그야말로 중요한 ‘요원’임을 알았습니다. 그 일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 선생님들게 감사드립니다. 2주간의 직무교육과 그로 인해 맺게 된 소중한 인연에서 너무도 소중한 것을 배웠습니다. 교육센터 펼침막에 또렷하게 적혀있던 ‘가슴 따뜻한 사회복무요원’의 의미가 공허한 구호만은 아님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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