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기각...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위헌"
재판관 5명 기각, 1명 인용, 2명 각하 의견으로 결론...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도 쟁점화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8명 중 5명의 기각 의견으로 결정했다. 나머지 재판관 중 1명은 인용,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특히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총리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가결된 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인 178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헌재는 국무총리 탄핵소추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충분하다고 확인했다.
다수의견은 "총리의 경제정책 실패와 민생 위기는 정치적 책임의 영역으로, 탄핵의 실체적 요건인 '헌법이나 법률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각 의견을 낸 다수의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보류한 행위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각 의견 중 4명의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의무이며,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보류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구성을 저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온전한 구성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한 필수적 전제"라고 강조했다.
인용 의견을 낸 1명의 재판관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헌법상 의무 불이행으로,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각하 의견을 낸 2명의 재판관은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현재 8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석이 공석 상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헌법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온전한 구성을 위해 헌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덕수 총리는 판결 직후 짧은 입장 발표를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일반적인 소감만 밝혔다. 기자들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지적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한 총리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여러 언론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문제가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기각은 정당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여당 관계자는 "탄핵 기각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추후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헌법재판소조차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탄핵을 기각한 것은 모순"이라며 "위헌적 행위를 인정하고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결정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한 중요한 헌법적 판단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위헌이라는 판단은 큰 의미가 있다"며 "국회와 대통령이 헌법기관 구성에 관한 책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함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헌법학회 임지봉 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는 헌법기관 구성의 완전성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이번 결정으로 헌법적 의무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결정문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 만큼,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이 조속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한덕수 총리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90일간 직무가 정지됐었으며, 오늘 헌재 결정으로 즉시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만 밝혔으며, 헌법재판관 임명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 기각 결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지적은 별도의 사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전했다.